상사화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사랑은 강한 것 같아도 실상은 약한 존재다. 힘차고 당당
하고 굳건한 면을 가지고 있어도 돌아서서 혼자가 되었
을 때는 참 약하기 그지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수없이 결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혼자서는 많이 흔들린다. 이 결정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
에 놓이게 되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갈등하
고 괴로워한다.
꽃 한 송이가 피는 일도 그렇다
어려서 아주 작을 때는 작은 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고 조금 더 컸을 때는 그 만큼의 크기로 흔들린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젖으며 피는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피는 것이다.
바람에 시달리고 비에 젖으며 시련 속에서 피는 것이다.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어 아름다운 꽃송이가 초라하게 변하고 외롭고 두렵고 비참한 모습이 되기도 하면서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수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흔들리면서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이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저 순탄하게만 가는 사랑은 없다.
그만 두어 버릴까
이쯤에서 돌아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땅에 곧게만 찍히는 발자국은 없다. 모래 위를 걸어간 내 발자국을 되돌아보라
눈 위를 곧게 걸어갔다고 생각한 내 발자국을 돌아보라 .그 발자국은 아무리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해도 비뚤비뚤 흔들려 있다. 그게 우리 인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늘 흔들리는 채로 있는 꽃은 없다는 것이다.
흔들리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줄기를 위로 올린다는 것이다.
줄기를 위로 올릴 때는 돌아와 있을 때이다.
늘 젖은 채로 피어 있는 꽃은 없다.
그 빗줄기, 그 이슬방울을 제 삶의 양식으로 바꾸어 그것이 아름다운 빛깔을 만드는 힘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을 탓하지 말고 이게 솔직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나 흔들리는 채로 있지는 말자. 수없이 제 자리로 돌아오자.
지은이 : 도종환
♣ 수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여
자신의 삶을 단단하고 행복하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