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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13:45

성주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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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류화

    
여성정책의 발전과 젠더

 

 

여성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혹은 전략으로 성주류화라는 개념이 국제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 나이로비 UN 3차 세계여성대회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 여성발전의 주요 전략은 '발전에의 여성참여(Women-in-Development:이하 WID)'였다. WID 전략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여성을 '재생산자'로만 제한했던 '복지적 접근'의 대응 전략으로 개발되었다.

 

즉 WID전략은 생물학적인 조건에 의해 부여된 '재생산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에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부가함으로써, 여성을 개발과정의 생산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지위 개선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WID 주창자들은 열등한 여성 지위는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하였기에, 여성이 생산영역에 보다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면, 정치․경제적인 자율성을 획득함으로써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즉 국가의 직접 개입을 통해 여성을 사회발전에 통합시켜, 여성의 전략적 요구(strategic gender needs)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WID전략은 생산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할 뿐, 재생산에 대한 남녀 역할분담이나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따라서 WID전략은 여성의 성역할 체계에 기반하여 여성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 특별사업을 통해 실행되었다. WID전략 대부분은 여성중심의 가족계획, 요보호 여성의 복지, 건강, 영양, 소득증대와 같이 여성의 실제적 요구(practical needs)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WID전략은 남녀간의 격차를 좁히지 못해 발전의 주류와 분리됨에 따라 주변적 경계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자원배분과 직결된 전략적 요구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기관과 관료들의 저항이 완강한 반면, 정책결정에서의 여성의 지위가 취약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WID접근은 제한적인 수준에서의 성차별적인 법과 제도의 개선, 그리고 여성관련 기구들을 남겼다. 개발정책에서 여성은 여전히 전통적인 역할을 보다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도록 요구받았고, '남성=발전과정의 행위자', '여성=발전과정의 수혜자'였다. 따라서 WID전략을 비판하며 생산과 재생산간의 내부 연계를 보다 많이 인식한 페미니스트들의 새로운 도전은 필연적이었다.

 

WID접근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여성발전전략으로 채택된 정책은 '성과 개발 (Gender-And-Development:이하 GAD)' 접근이다. 주로 좌파 성향의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제기되었던 WID 전략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여성을 남성과 분리시켜 정책적 접근을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주목하면서, 젠더 이론과 세계 경제이론에 대한 분석을 통해 통합적인 이론을 개발하려고 했다.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여성종속을 이해하는데 권력, 그리고 갈등과 젠더 관계의 중요성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남녀간의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sex)'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여성이 제도적으로 종속되어 왔다는 '젠더'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 남녀간의 지위와 권력 차이는 그들 개개인의 위치로부터 쉽게 읽어낼 수 없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제3세계에서 여성과 관련된 쟁점들에 대한 접근은 젠더와 그에 조응하는 관계들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은 그들의 인종, 계급, 민족, 식민지 역사나 국제 경제질서에서의 현재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불평등과 억압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GAD는 여성들이 서로 다른 수준에서 억압 구조와 상황에 동시에 도전하며, 여러 사회들 사이의 권력을 재분배할 뿐만 아니라 사회 내의 권력 재분배를 통해 여성을 세력화 하고자 했다.

 

이처럼 젠더 인식에 근거한 GAD 전략은 성(sex)에 근거한 WID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WID가 여성에게 초점을 두어 기존 정책에 여성을 부가시키는 접근이라면, GAD는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 통합적인 접근이었다.

 

이에 WID가 발전의 틀 안에서 자원 재분배를 요구한 반면, GAD는 자원 배분의 틀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즉 WID가 가부장적 발전이 결과한 남녀 불평등의 시정을 요구한다면, GAD는 정책결정과정의 탈 가부장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WID와는 달리 GAD는 여성의 세력화를 통해 남성과의 균등과 평등을 이루고, 그리하여 해방을 성취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전략을 담고 있었다.

 

3. GAD전략의 한계와 성주류화 정책

UN은 1985년 나이로비 제3차 세계여성대회 이후, 여성발전전략을 WID에서 GAD로 전환하였다. GAD전략의 목적은 여성의 전략적 요구를 통하여 '종속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여성해방'을 이루어 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젠더 설계 목적은 이러한 정치적인 관심을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이것이 설계 실행에서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젠더 설계틀의 개발은, 그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그 문제점에 대해 모저(Moser)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의 문제로는 개발 설계의 책임을 지닌 대부분의 기관들이 젠더를 중요한 설계 이슈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사 인정하였다 해도 GAD 이슈를 다루는 정책입안자와 실행자 대다수가 젠더 설계 기법에 대한 공식적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젠더를 정책과 프로그램, 프로젝트 등에 통합시켜 온 많은 작업들이 여전히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설계원리와 방법론적 도구를 갖지 못했다.

 

셋째는 설계 실행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젠더를 기존의 설계원리에 '덧붙이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성주류화 전략을 등장시켰다.

 

그러면 성주류화적인 접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류화란 주류가 아니던 사람이나 사상을 주류로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여성의 주류화란 여성의 사회적 배제, 여성의 사회적 주변화를 문제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여성발전 전략이다. 이에 성주류화는 주류의 모든 영역에서 GAD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와 전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주류화는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명시적인 행동강령으로 채택되었고, 이후 모든 UN 여성활동의 최우선 전략 목표가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실천방법에서 여전히 추상적인 부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강령의 채택과 권고에 의해 성주류화 계획을 수립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1995년 12월 30일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여성발전 전략으로써 성주류화를 채택하게 되었다.

 

구주 평의회 주류화 전문가 집단이 제시한 성주류화 정의를 보면, 여성정책 주류화란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행위자들에 의하여, 모든 수준, 모든 단계의 모든 정책에, 성평등의 시각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과정을 평가, 개발, 개선, (재)조직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성주류화는 정책과정이 재조직되어 일반적인 정책 담당자들이 젠더에 관한 전문성을 갖고, 젠더에 대한 지식이 정책과정 안으로 조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주류화는 차이와 다양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더욱 포괄적인 성 평등의 정의를 담고 있다.

 

결국 성주류화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역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디자인, 실행, 모니터와 평가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혜택받고 불평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며, 그 궁극적 목적은 성 평등을 이루는 것'으로 재정의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주류화는 남녀가 사회 각 분야에 충분한 참여와 세력화를 이루기 위한 조직의 재 구조화, 인력과 재정자원의 재분배, 제도와 문화의 변화 등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변화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주류화는 WID전략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이는 성주류화가 WID처럼 직접적이고 특수하게 현실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WID정책을 모두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WID와 GAD로부터 축적된 지식과 교훈, 매체를 기반으로 실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성주류화와 WID는 상호 보완적일 뿐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두 개의 '쌍둥이 궤도(Twin Track)' 전략이다.

 

이러한 성주류화 정책의 중요성은 첫째, 성별을 떠나 사람들을 정책결정의 중심에 놓는다는 점이다.

둘째, 더 많은 좋은 정보가 담긴 정책이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더 좋은 정부를 만든다는 것이다.

셋째, 성별을 떠나 인적자원을 완전히 활용한다는 것이다.

넷째, 성주류화는 사회의 주류내에서 성평등 문제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섯째, 남성과 여성 내부에 각기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 주류화는 다양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 두기 때문에, 여성 내부의 상이한 집단이 처한 각각의 특수한 상황들에 보다 잘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성주류화 전략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들자면

 

1)정책기구와 법․제도의 정비, 2)기금과 인적자원의 확충, 3)의사결정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4)성별통계의 구축, 5)정책담당자의 성인지력 향상, 6)정책의 성 분석, 7)정책의 모니터링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여성정책의 발전과정과 변천사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남녀를 분리시켜 정책적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전통적인 성별체계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정책은 여성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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