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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후 임신, 그리고 출산…김미희씨의 특별한 선택

레이디경향 | 입력 2010.08.10 15:09

 
ㆍ"느닷없는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 그래도 넌 사랑하는 내 딸이란다"

성폭행으로 잉태된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아마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끔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곤 한다. 퇴근길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9개월 뒤 태어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미희씨. 그녀는 세상의 왜곡된 시선에도, 그 아이가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컴컴하고 좁은 주택가, 가로등만 있었어도…




 
성폭행의 충격을 감당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다니. 이보다 더 기막히고 놀라운 일이 있을까. 기자가 이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한 아파트였다. 작은 아파트의 거실에서는 갓난아이가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주인공은 바로 김미희씨(30, 가명). 딸 아이의 이름은 은비(7개월)다. '세상에 은혜로운 비가 되어 내려라'는 뜻으로 김미희씨가 직접 지었다. "우리 은비~, 엄마가 안아줄까? 우리 딸, 예쁘지?"라며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여느 집과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이 단란한 모녀의 모습만 보아서는 성폭행을 당해서 낳은 아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는 그녀에게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쉽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김미희씨는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지난해 3, 4월쯤, 자정 무렵 퇴근하는 길이었어요. 좁은 골목길이 많은 주택가였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저를 확 낚아채더라고요. 그리고 어디로 끌려갔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진 않아요. 그날 이후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니까요. 반항하다가 맞아서 손도 다치고 갈비뼈도 부러졌죠. 남자가 힘으로 제압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굉장히 덩치가 크고, 악취가 많이 났던 것밖에는 기억나는 게 없어요."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김미희씨를 발견한 이는 근처에 살고 있던 한 할머니였다. 혼자 살고 있던 그녀는 두 달 동안 집 안에서 꼼짝 않고 울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몸도 아프고 정신적인 충격도 컸지만, 당시 곁에는 그녀를 위로하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이미 3명의 아이를 두었던 그녀. 하지만 남편의 폭행과 외도로 스물다섯 살에 이혼하고, 줄곧 혼자 살아왔다. 때문에 친정 식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말았다. 더욱이 성폭행이라는 사건을 겪으며 더더욱 부모를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차마 어른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그 힘든 시간들을 감내하고, 정신을 차린 김씨가 처음 찾은 곳은 경찰서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범인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김미희씨는 당시 상황을 되새기면서 정부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았다.

"제가 살던 동네가 좁은 골목에 가로등도 없이 컴컴한데다 CCTV도 없는 지역이었어요. 가로등만 있었다면 성폭행범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을 거예요. 가로등과 CCTV는 왜 못 살고 외진 동네에는 없고, 잘 살고 번화한 동네에만 있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에 이어 두 번째 성폭행


안타깝게도, 김씨가 성폭행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도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있는 것. 인생에서 한 번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두 번이나 당하다니. 그녀의 기막힌 사연에 뭐라 딱히 전해줄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세상에 맞서 더욱 큰 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힘없는 여성들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파렴치한들과 취약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를 향해 말이다.

"이렇게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반짝 이슈화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좀 더 실용성 있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성폭행범의 화학적 거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아닐까요?"

이어 그녀는 요즘 빈발하고 있는 아동 성폭행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요즘,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김씨는 집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들에게 용돈벌이도 될 겸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게 하는 제도는 어떠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히 저처럼 여러 번 성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번, 그리고 서른 살이 돼서 또 한 번 이런 일을 겪었잖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정부 대책은 전혀 달라진 게 없고 말뿐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요."

두 번의 자살 시도 후, 출산 결정


가까스로 성폭행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을 무렵, 그녀는 갑자기 몸에서 이상한 신호를 느끼게 된다. 바로 임신이었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몸을 추스르지 못한 사이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가 벌써 임신 6개월이었다. 평범한 여성들에게는 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그녀에게는 '축복의 인사' 대신, '낙태하라'는 권유가 쏟아졌다.

"성폭행 사건 이후, 계속 하열이 있었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긴 걸 알고 나서는 정말 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병원에 갈 생각도 못하고, 그저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독하게 마음먹고 한 달 동안 밥도 먹지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도, 아이는 멀쩡했어요. 약을 먹어봤는데도 소용이 없었죠. 사람 목숨이 참 질기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두 번의 자살 시도 이후, 임신 7개월째 접어들면서 그녀는 아이를 배 속에서만이라도 키워주기로 결심했다. 죽으려고 해도 죽지 않으니, 낳아서 입양시켜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그렇게 혼자서 출산하게 된 김미희씨. 산통은 11시간 동안 계속됐다. 아이는 나올 때가 지났는데도 세상에 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진통을 정말 오래 했어요. 병원에서도 아이가 나올 때가 지났는데, 이상하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죠. 그때 속으로 아이한테 '입양 가기 싫어? 엄마랑 같이 살까?'라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갑자기 아이가 발길질을 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이에게 정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 분유값을 충당하기도 힘들었다. 한 부모 가정의 지원금으로 나오는 월 5만원은 그녀와 아이가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기 때문. 김미희씨 역시 출산 이후 잘 먹지 못해 젖이 말랐기 때문에 갓 태어난 아이는 가짜 젖꼭지를 빨면서 잠들기 일쑤였다. 게다가 그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편견은 싸늘하고 무섭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한 동사무소에서 경기도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무한 돌봄' 프로그램 혜택자로 그녀를 추천했다. 그녀는 그 프로그램 덕분에 보증금 3백만원에 한 달에 10만원씩 납부하며 현재의 영세 아파트에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한이 4년으로 제한돼 있어 이후에는 그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사회복지단체인 '함께하는 사랑밭'을 통해 그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어 다행이었다.

"살려고 하니까 또 이렇게 살아지네요. 여러 곳에서 도움 주시는 분들 때문이라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분식집에 취직도 한 상태다. 다행히 분식집 사장님이 그녀의 성실성을 높게 사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다닐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 덕분에 앞으로 분유 떨어질 걱정은 덜게 됐다. 훗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자신이 좋아하는 떡볶이집을 여는 게 그녀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김미희씨는 현재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은 물론, 대인기피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정신적인 충격이 안정되기도 전에 한 달 동안 굶고, 몸에 좋지 않은 약까지 먹었던 터라 심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저는 솔직히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거예요. 죽으려고 했는데도 죽어지지 않으니까요. 지금도 가끔씩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데, 아이를 보면 그런 마음을 고쳐먹게 돼요. 이제는 아이 때문에 제가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아이를 보고 있으면 그때의 기억 때문에 괴롭지 않을까 염려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행히 아이가 나를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오는 길이 잘못됐지만, 어떤 방법으로 왔든 저에게 왔으니까 같이 한번 잘 살아보려고요. 지금은 우리 딸이 정말 예뻐요. 아이에게 아빠는 없다고 할 거예요. '너는 그냥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요. 혹시 아이가 성인이 되면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더 두고 보려고요."

이제 그녀는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범인을 잡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범인을 잡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아이와 둘이서 큰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끔 그녀의 선택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 다시 일어서고픈 마음이 생긴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를 입양시키지 않은 게 정말 잘한 일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긴 하지만, 은비는 제가 엄마로서 일어설 수 있게 용기와 희망을 준 아이예요. 절망에 빠져 있는 엄마를 구해주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해요."

김미희씨는 앞으로 아이에게 '열심히 사는 엄마', '아이에게 힘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만큼 은비 역시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아이'가 됐으면 하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외롭고 힘든 세상을 살면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김미희씨. '어머니'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녀가 딸과 함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강은호 ■취재 협조 / 함께하는 사랑밭(02-2612-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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