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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회 쏙] 가정폭력 피해자의 '이혼전쟁'


오랜 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성에게 이혼은 새 삶의 첫걸음이다.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며 방관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 불감증을 한 여성의 이혼 과정을 중심으로 돌아봤다.

이혼할 것인가, 목숨을 내놓을 것인가. 지난해 가을 류미현(가명·42)씨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결혼 뒤 15년 동안 류씨의 몸엔 검붉은 피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남편의 폭행으로 몇 차례 목이 졸리고 뼈가 부러졌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쉼터)로 도망 나왔다. 이혼을 결심했다. 그 이혼마저 "목숨을 건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인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혼을 결심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앞엔 두 갈래 길이 있다.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이다. 협의이혼은 절차가 간단하나 남편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상해진단서 등 상습적 폭력을 입증할 서류가 있다면 재판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이혼사유로 본다. 그러나 올해 초 시작된 재판이혼은 류씨의 기대와 달랐다. 류씨는 "새 출발에 대한 희망보단 깊은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 그들은 모두 남자 편이었다

"남편이 사랑한다잖아요. 재산을 아내분 명의로 해주면 같이 살 생각 있어요?" 이혼 재판 과정에서 한 조정위원이 말했다. "젊어서 고생하셨으니 이제 (남편하고) 재미있게 사세요." 나이 지긋한 조정위원은 류씨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조정이 안 되면 소송은 1년도 걸리고 2년도 걸립니다. 끝없이 가는 거예요."

류씨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진저리쳤다. "조정위원이 제3자가 아니라 시아버지라도 되는 것처럼 내게 이혼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습니다. 누가 100억원 주면서 맞으며 살라고 하면 살겠어요? 저는 끊임없이 죽음과 싸워왔는데 그분들은 죄다 남자 편만 들더군요."

판사도 '남자 편' 중 한 명이었다. 지난 4월 판사는 류씨에게 부부상담 명령을 내렸다. "네가 도망가도 네 친정 식구 장례식에는 올 것 아니냐. 그러니 네가 도망치면 친정 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해온 남편과 함께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류씨는 판사에게 탄원서를 냈다. "남편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자는 척했어요. 남편이 죽거나 제가 죽어야 끝날 거예요.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선처해 주세요." 십수년에 걸친 류씨의 고통을 낱낱이 파악하고도 판사는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고집했다.

여성단체들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는 부부상담 명령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취지다. 지난 4일엔 재판이혼 진행 중 부부상담 명령을 받은 3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한겨레> 16일치 8면)도 벌어졌다.

법원의 입장은 다르다. 한 판사는 "부부상담은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상담위원의 상담을 받는 것으로 특히 여성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류씨는 "내 절박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이 반복됐다. 상담위원은 '아이 아빠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니 이혼은 다시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종사자는 "판사나 조정위원, 상담위원 개인 차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이 180도 뒤바뀐다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판사·조정위원 등을 상대로 가정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배양하는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길어지는 재판, 남편 위협엔 전전긍긍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한 여성 4500여명 가운데 가장 많은 31.3%가 '가정폭력'을 이혼상담 사유로 꼽았다. 남편의 외도(15.6%), 가출(10.9%), 경제 갈등(4.2%)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제도의 미비 탓에 피해 여성은 자주 생명을 위협받는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순간부터 가해 남성들은 분노에 휩싸인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응급실에 실려 오는 폭력 피해 아내의 75%가 남편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실려 오며 이런 이별 폭행이 최소 2년 동안 지속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런 속성을 잘 아는 피해 여성들은 재판이혼 과정에서 남편을 만나는 걸 가장 두려워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다.

가해 남성의 폭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011년 12월엔 쉼터에서 지내던 ㅂ씨가 재판 도중에 법정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남편은 ㅂ씨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변호사까지 폭행했다.

그런데도 재판이혼에서 가사조사관은 사실관계를 묻는 면담을 할 때 부부가 동석할 것을 요구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방에 두는 것이다. 한 시설 종사자는 "폭력에 수십년 노출된 피해 여성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안전을 고려할 때 조력자를 배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여성인 쉼터 종사자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10년 넘게 쉼터에서 일해온 한 종사자는 2011년 재판이혼을 돕던 중 법원 앞에서 가해 남성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법무부 산하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검찰·법원에 출석할 때 신변 보호를 지원하지만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 중심으로 운영돼 '가정폭력'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고미경 상임대표는 "재판이혼 또는 형사고소 사건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할 때 청원경찰 동행 등 법원의 신변 보호 조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 사회적 고립 때문에 이혼 뒤 나락으로

피해 여성들에게 쉼터는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현재 전국의 쉼터는 66곳으로 지난해 2518명의 여성이 자녀(1585명)들을 데리고 쉼터를 찾았다.

피해 여성이 쉼터에서 나온 뒤에도 법적·경제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쉼터에서 지내는 동안 피해 여성들은 소송 지원부터 의료 지원, 취업 알선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기본 6개월이며 9개월을 넘지 않는다. 퇴소 때 여성가족부에서 장기 쉼터나 주거 지원을 연계하지만 다른 지원은 끊긴다. 쉼터에서 나온 뒤엔 타인의 도움 없이 때로 2년 이상 계속되는 재판이혼 과정을 홀로 버텨야 한다.

지난해 쉼터 입소자의 14%(314명)는 퇴소 당시 여전히 이혼소송 중이었다. 지난 4일 이혼 소송 중 남편에게 목 졸려 숨진 경기도 고양시의 30대 여성도 사건 당시 9개월 동안 쉼터를 이용하고 막 퇴소한 참이었다. 이 여성을 알고 지낸 시설 종사자는 "쉼터에서 지낼 때였다면 상담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은 이혼 과정에서 종종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이 당장 급해 재산분할권·위자료 등 권리를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2008년 이혼한 ㅇ(44)씨는 "다른 건 고려하지 않고 남편이 나를 놔줄까 안 놔줄까, 그것만 고민했다. 재산은 포기하고 아이 친권·양육권만 겨우 내가 맡았다"고 말했다. 남편으로부터 자녀 양육비조차 받지 못하는 ㅇ씨는 현재 건물청소 일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중·고등학생인 두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자립을 꿈꾸는 건 그나마 용기있는 이들의 선택이다. 지난해 쉼터를 찾았던 여성의 41%는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류씨 역시 편견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죽을힘을 다해, 살기 위해 집을 나왔지만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네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오래 견뎌온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엄지원 기자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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